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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ㅣ 스릴러에 담긴 철학적 고민영화 2021. 8. 20. 22:09반응형
올드 (2021, Old) 우연히 찾아온 휴가지는 가장 비극적인 장소가 된다.
누구나 늙고 죽는다. 하지만 그 시간이 빠르다면? 영화 식스센스를 통해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021년 작품. 후기 댓글을 보고는 실망하지 않으려 큰 기대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긴장감과 몰입감도 있고 기대한 것보다 완성도도 있으면서 생각해볼거리까지 던져주는 웰메이드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관이 아니어도 재밌게 볼 수 있을 법한 영화였다.
(줄거리 스포 주의) 우연히 찾아온 리조트에서 휴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리조트 매니저는 몇 가족들에게 인적 드문 곳의 사유지 해변가를 추천한다. 비밀의 장소라 설명한 것과 다르게 여러 가족들이 함께 밴에 오르는 걸 보며 큰 의심을 하지 않는다. 리조트 직원들은 넘칠 만큼의 음식들까지 챙겨주었다. 밴에서 내려걸어 들어간 곳에 도착한 해변은 환상적일 만큼 아름답다.
바닷가를 헤엄치던 남자 아이는 여자 시체를 발견한다. 사망한 여자와 함께 해변가에 왔다는 젊은 남자는 코피가 멈추지 않고, 여자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해명을 한다. 피가 잘 멈추지 않는 병이 있고,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것이 계기가 돼 휴가지에서 가까워진 사이였다고. 이곳에 휴가를 온 사람들은 저마다 병리적 증상들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노장이었던 할머니는 죽고 아이들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발견한 시체는 순식간에 백골 사체가 된다. 시체를 보고 추정해보길 한시간에 7년 여가 흐른 샘이다. 종양이 있던 두 아이의 엄마는 쓰러지는데 초 단위로 커지는 종양을 수술을 통해 제거한다. 금세 회복해 아이들을 찾아보는데 성인이 된 아이들은 임신을 해 아이가 생긴다. 출산에 성공하지만 아이는 찬라의 관심 부족으로 죽는다.
미스터리한 장소를 탈출하려던 시도는 모두 실패. 빠져나가려 할 때마다 정신을 잃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바다 넘어로너머로 헤엄치려던 시도도, 암벽 너머로 도망치려던 시도도 소용이 없다. 한편 치매를 앓던 의사는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한다. 두 아이의 엄마는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마음으로 녹슨 칼을 휘둘러 그를 제지하는 데 성공한다.
대부분의 이들이 죽고 살아남은 네명의 가족. 눈이 침침하고 귀가 어두운 부모는 두 아이를 남겨둔 채 죽는다. 휴가지에서 까지 부부싸움을 하며 이혼을 앞두던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을 말하며 평온히 잠든다. 밤을 새우고 난 뒤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있는 남매는 모래성을 쌓으며 앞으로를 생각한다. 다시금 탈출을 시도할 것인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리조트 매니저의 조카였던 아이가 남긴 암호화된 편지가 있었다. '삼촌은 산호를 싫어해' 라는 의미심장한 말. 산호섬 사이로 탈출할 수 있을 것임을 직감한다. 남매는 헤엄쳐 산호섬 너머로 헤엄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편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카메라. 그들이 죽을 때까지 관찰하던 것이었다. 산호섬 넘어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두 생존자가 결국 익사하였다는 판단 하에 철수한다. 돌아간 곳은 제약회사의 실험실이었다. 광물들의 영향으로 생애주기가 급속도로 빨라진 해변의 현상을 이용해 생체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 사망자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희생으로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결국 살아돌아온 남매는 해변에서 가져온 생존자 수첩을 경찰에 넘기고 리조트의 비밀을 폭로한다. (줄거리 스포 주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장소였던 만큼 드라마 시리즈에 맞먹는 사건 사고들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 과정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누군가의 계략은 아니었는지, 산 너머에 카메라로 보이는 반짝이는 건 정체가 무엇일지, 왜 이곳에 자신들이 온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하루라는 인생이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결정적으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능할지 조차도 나이를 먹어버린 뒤엔 모두 잊힌다.
이 영화의 원작인 그래픽노블(웹툰의 북미 버전인가?) Sandcastle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제목 자체가 모래성이라는 점이, 그리고 영화상에서도 모래성을 쌓는 남매의 모습 자체가 상징적이라 생각했다. 결국 인생은 모래성 쌓기이고 순식간에 흘러감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허상처럼 사라지는 인생의 허무함이란.
해변에 초대된 사람들은 소수의 희생양이다. 그들도 모르는 사이 실험체가 된 사람들은 다수의 인생을 살릴 수 있다. 공리주의적 관점이라면 옳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영화 속 인물들도 모두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옳지 않다고 해서 이를 폭로할 수 있는 내부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막상 스스로가 희생양이 되었을 때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 중 유일하게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한다. 원작으로서의 설정과 기반이 잘 다져져 있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 타임의 영화라는 틀 내에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온다.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속도, 관객들을 흡입하는 긴장감을 잘 이끈 것 모두 탄탄한 설정 위에서 가능했다.
영화를 보는 중 보다도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더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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